‘도련님’, ‘아가씨’라는 호칭을 폐기해야 하는 이유들
결혼한 지 13년, 난 아직까지도 시동생을 보면 말하기가 껄끄럽다. ‘도련님’이라는 말이 안 나와서…. ‘도령’이라고 부르면서 그나마 남은 자존심을 챙겨보려고 한다. 가능한 한 호칭 없이 할 말만 하게 된다. 그나마 손아래 시누이가 없어서 ‘아가씨’라는 호칭을 안 쓰고 사는 게 어딘가 싶다. 시동생이 장가라도 가면 나는 졸지에 서방 놔두고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될 팔자다. 이건 어느 양반집에 팔려간 ‘노비의 팔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남편의 형제에게 호칭을 사용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팔자다. 명절에 시댁 식구들을 만나고 호칭의 불편함과 모욕감을 억누르며 호칭 때문에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지 못하니 마음과 달리 오순도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갈 리 없다.명절이 끝나고 집에 와서 텔레비전 사극을 보고 있노라면 노비가 ‘도련님’, ‘아가씨’, ‘서방님’이라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양반집 자제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 며느리가 참 초라하기 짝이 없다. 노비가 양반 자제를 불렀던 호칭과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도련님, 아가씨,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호칭의 어원은 분명 저기에서 출발한 게 맞는 것 같은데 어쩌다가 글로벌 글로벌 이런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 기혼여성들은 노비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참 이상하다, 이상해….‘도련님, 아가씨, 서방님’이라는 호칭의 성불평등은 둘째 치더라도 예법에는 맞는 것인지? 예법도 셋째 치고 도무지 어색하고 불편해서 못살겠다. ‘아가씨’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어색한 이 호칭들을 어찌 국립국어원에서 권장하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리 사용하지도 않는다. 궁여지책으로 ‘삼촌’, ‘고모’라고 부르면서 그 어색함을 모면하면서 그나마 자연스러운 대화들을 이어가고 있는데 국립국어원에서 국민들에게 한수 가르치고 나섰다.<한국방송>(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앙금 여사가 시동생에게 ‘삼촌’이라고 했다고 ‘사과 방송’을 하며 ‘도련님’이 맞다고 시정 명령을 하였는데 왜 이렇게 국민들은 호통을 맞은 기분일까? 그 드라마는 그 호통을 맞고도 시정하지 않고 아예 앙금 여사와 시동생은 호칭도 쓰지 않고 둘의 대화 장면도 거의 없어졌다. 그 시정 명령을 받고 ‘도련님’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 드라마는 연기자나 시청자나 어색하고 불편해서 맥이 끊길 것이다.국립국어원은 참 센스가 없는 것 같다. ‘도련님’, 누가 몰라서 드라마에서 호칭을 안 썼겠는가? 국민들도 몰라서 안 쓰겠는가? 쓰기 싫어서 안 쓰는 것을 지상파 방송에다가 권장을 하고 있는 건 말이 권장이지 국민을 향한 호통이며 강요다. 그렇게 호통치면 쓸 것 같은가? 예법에 어긋난다니 ‘삼촌’이니 ‘고모’니 안 쓰면 되고 호칭도 안 부르면 되고 남편 형제들과는 말도 안 하면 된다. 대한민국 기혼여성들은 호칭을 아예 부르지 않거나 대화 자체를 많이 하지 않게 된다. 드라마처럼.드라마에 대한 호통은 분명 대한민국 기혼녀들에 대한 호통이었다. 아직까지도 ‘도련님, 아가씨, 서방님’이 입 밖으로 잘 떨어지지 않는 대한민국 기혼녀들이 호통받을 문제인가? 분명 많은 이들이 불편해하는 이 호칭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기절한 굼벵이’보다도 변화에 더 느린 정부와 국립국어원이 호통받아야 하지 않을까.요즘 텔레비전 고부간·부부간 갈등해소 프로그램이 많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심리학자를 모셔놓고 사연을 재연하여 보여주며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갈등의 시작도 대화이며 갈등의 해결도 곧 대화인데 대한민국 기혼자들이 남편과 연관된 호칭들을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피해의식과 모멸감을 원초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은 ‘깨진 독에 물붓기’밖에 안 된다.40살 넘고도 ‘도련님과 아가씨’가 어색한데 거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자라나고 있는 이 시대의 여아들이 결혼할 때쯤에도 이런 호칭을 사용한다면 결혼하고 싶긴 할까? 공부도 많이 해서 자존감도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을 텐데. 그리고 이러한 호칭들이 과연 아이들 교육에 좋은 것인가? 내 어머니가 아버지의 손아래 형제에게 ‘도련님, 아가씨’라고 말하는 게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을까? 덩달아 아이들도 아버지의 형제들에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엄마가 안쓰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고.이런 호칭의 사용을 계속 권장한다면 고부간의 갈등 해소, 이혼율 감소, 특히 출산율 높이는 것은 꿈도 안 꾸는 게 좋을 것 같다. 노비가 사용한 호칭과도 같고, 불편하고, 어색하고, 실제로 잘 사용하고 있지도 않는 이 호칭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색한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과연 예법에는 맞는 것인가? 우리나라 예법은 윗사람을 높이는 것이 예법이 아닌가?3살짜리 시동생에게 ‘도련님’, ‘님’ 자까지 딱딱 붙이고 아내의 나이 많은 큰언니에게 ‘처형’이라고 ‘님’ 자 빼먹어도 되는가? 이런 호칭이 어색하고 잘 쓰지 않으면 가정교육이 덜 된 양 예법을 모르는 사람인 양 사회 분위기를 몰아간다. 아니 예전 노비가 쓰던 호칭이 입에 착착 붙어서 나오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사회가 그렇게 학습을 시켜놓고 노비 같은 기분을 느끼는 사람을 탓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예 그럼 지금부터라도 방송에서라도 사극을 보여주지 말든가!국립국어원은 예법을 논한다면 그 이유를 대야 할 것이며 어원도 해명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전통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남존여비’가 대대로 국가철학이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당시 백성들의 호칭이었는지 문헌조사가 필요하다. 오히려 당시에는 노비들이 실제 쓰는 호칭이라 더 헷갈렸을 텐데 그렇게 노비와 양반들이 혼용해서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정부는 설문조사를 통해서라도 이 호칭들의 실제 사용량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잘 사용하지 않으면서 불편함과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면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호칭을 마련하여 지금 새 주소를 홍보하는 것처럼 알려야 한다.그저 대한민국 기혼여성들이 여성인권을 논하는 것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아직까지도 잔존하는 계급의식이고 무엇보다도 낮은 출산율을 부추기고 있다. 이 호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갈등과 갈등의 연속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립국어원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반성도 해야 한다. 친척들과 유리벽을 쌓게 하고, 다정하게 말하지 못하게 하고, 명절만 지나면 이혼율 급증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마음 편하게 대화하는 것을 심각하게 방해한 데 대해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박선주 멋진인생에스테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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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칼럼
출처 : 쌍화차 코코아
글쓴이 : 성공훈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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